불안하다면 그것이 불편함인지 상실감인지부터 가려 보라고 한다. 불편함은 원인을 없애면 풀리고, 상실감은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 가야 풀린다는 설명이다. 겉으로는 똑같이 마음이 무거운데 처방은 반대 방향이라는 이야기여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와 CJ ENM의 지식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가 함께 냈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와 〈어쩌다 어른〉 제작진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의 시리즈 〈심리 읽어드립니다〉를 정리하고, 방송에 다 담지 못한 내용을 보탰다. 1부는 쉽게 욱하는 마음, 가족이 불편한 마음, 늘어난 충동구매, 재택근무로 떨어진 효율 같은 일상의 심리에 이유를 붙여 주고, 2부는 불안과 불면, 무기력처럼 오래 끄는 감정을 알아보고 다루는 쪽으로 넘어간다. 1부 제목처럼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는 데서 출발해,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그다음에 할 일을 내놓는 순서를 지킨다.
분노를 다룬 대목이 특히 자세하다. 저자는 사람이 일의 진짜 이유를 모르거나 그것이 가려져 있다고 느낄 때 격하게 화를 낸다고 본다. 그래서 화난 사람은 '왜냐하면'이 붙은 설명에 쉽게 끌리고 그만큼 잘 속는다. 원인 하나나 사람 하나를 붙잡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다른 이유를 모두 덮어 버리는데, 이를 기억의 역추적 일반화라고 부른다. 처방은 단순해서,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 보고 일단 걸으라고 한다.
책의 상당 부분은 바로 해 볼 수 있는 요령이다. 온라인 쇼핑 전에는 살 물건 목록과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적고, 가격표를 보기 전에 스스로 값을 매겨 보는 습관을 권한다. 흐린 날에는 물건에 더 집중하게 되니 필요한 물건은 그런 날 사 보라는 제안도 있다. 재택근무라면 양말과 신발부터 챙기고, 핵심을 남길 때는 펜을, 새 생각을 펼칠 때는 키보드를 쓰라고 권한다. 자신에게 지시할 때는 2인칭으로 말하라는 조언도 있다. 불안을 대비하라는 신호로 읽고, 불안할 때 해야 할 일을 작게 쪼개 하나씩 처리하라는 이야기, 불안할 때가 오히려 습관을 들이기 좋은 때라는 이야기도 기억해 둘 만하다.
걸리는 것은 시기다. 꼭지 제목 곳곳에 코로나와 팬데믹, 재택근무가 들어가 있어 출간 무렵에는 시의적절했지만, 팬데믹이 지난 뒤 처음 펼치는 독자에게는 처방이 겨냥한 상황이 달라 보일 것이다. 영상 시리즈를 옮긴 책이라 한 꼭지가 질문 하나에 답 하나를 주는 식이고, 연구 배경을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입문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심리학 책을 처음 집는 사람이 감정을 나눠 보는 연습을 시작하기에는 부담 없는 책이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에서 마음에 걸린 감정 하나를 골라 그 주제만 다룬 책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