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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표지 없음
책 제목
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저자
권오현
출판사
쌤앤파커스
ISBN13
9788965706908

1등이 되는 법이 아니라 1등이 된 뒤에 무엇을 버리고 지켜야 하는지를 적은 책이라, 추격자 입장에서 읽으면 절반은 남의 이야기다.

★★★★ 4점

micro1 · 2026. 10. 21.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었던 권오현이 2017년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에 쓴 경영론이다. 책은 리더, 조직, 전략, 인재 네 축으로 나뉘고, 각 축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짧은 꼭지로 적어 놓았다. 제목의 초격차는 2등이 따라올 마음을 잃을 만큼 벌어진 차이를 뜻하는데, 그 차이를 기술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조직의 격을 바꿔서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가장 오래 남는 대목은 리더 편이다. 리더가 갖출 덕목으로 진솔함, 겸손, 사욕 없음을 들고, 뒤이어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그보다 길게 적는다. 아는 척 끼어들지 말고, 보고를 위한 보고를 시키지 말고, 결정을 미루지 말라는 식이다. 조직 편도 같은 결이다. 회의와 보고 단계를 줄이고 조직을 단순하게 유지하라는 말은 흔한데, 그 말을 수십만 명 조직을 실제로 운영했던 사람이 자기 실패 사례와 함께 하니 무게가 다르다. 미사여구가 거의 없고 문장이 짧아 서너 시간이면 다 읽힌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첫째, 전제가 대기업이다. 1등 자리에서 무엇을 버릴지 고르는 이야기는 추격하는 회사나 작은 조직에는 바로 옮겨지지 않는다. 둘째, 원칙은 많고 사례는 얇다. 반도체 사업에서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더 듣고 싶은 자리에서 책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간다. 셋째, 네 축 사이에 같은 말이 되풀이된다. 단순하게 하라, 사람을 믿고 맡기라는 말은 리더 편에서도 조직 편에서도 인재 편에서도 나온다. 한 번 읽고 밑줄을 모아 보면 열 줄 안으로 정리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별 넷을 주는 이유는 그 열 줄이 실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결정 하나를 미루고 있을 때, 회의를 하나 더 잡으려 할 때, 이 책의 문장이 바로 떠오른다. 경영서는 대개 읽고 나면 기분만 좋아지는데 이 책은 다음 날 행동을 하나 바꾸게 한다. 작은 조직을 꾸리는 사람이라면 전략 편보다 리더 편과 인재 편을 먼저 읽는 쪽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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