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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표지 없음
책 제목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저자
한강
출판사
창비
ISBN13
9788936433598

한 여자가 고기를 끊는 데서 시작해 가족 전체가 무너지는 과정을, 정작 그 여자의 목소리는 빼고 주변 사람의 눈으로만 보여 주는 소설.

★★★ 3점

micro1 · 2026. 09. 12.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관심이 생겼고, 조금 늦었지만 읽어 보게 되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중편을 2007년 창비가 한 권으로 묶은 연작이다. 어느 날 꿈을 꾼 뒤 고기를 입에 대지 않게 된 영혜를 두고, 1부는 남편이, 2부는 형부가, 3부는 언니 인혜가 이야기한다. 정작 영혜 자신은 끝까지 화자가 되지 못한다. 1부만 남편의 1인칭이고 2·3부는 형부와 인혜를 따라가는 3인칭이라, 영혜와의 거리도 편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이 구조가 소설의 뼈대다. 우리는 영혜가 왜 그러는지 끝내 듣지 못하고, 그를 설명하려 드는 사람들의 말만 듣는다. 남편은 아내를 특별할 것 없어서 고른 사람으로 소개하고, 아버지는 밥상에서 딸의 입에 고기를 억지로 밀어 넣는다. 읽는 내내 불편한데, 그 불편함이 이 책이 노리는 것이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차갑다. 폭력 장면을 길게 늘이지 않고 짧게 끊어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3부에서 병원을 오가는 인혜의 피로가 쌓이는 대목은 세 편 중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돌보는 사람이 어떻게 같이 무너지는지를 큰 사건 없이 보여 준다. 3부의 영혜는 먹기를 아예 거부하고 자기가 나무가 되어 간다고 믿는다. 1부에서 고기 한 가지로 시작된 거부가 몸 전체로 번진다. 그 곁을 지키는 건 남편이 떠난 뒤 생계를 떠맡은 인혜 혼자이고, 다른 가족은 모두 등을 돌린다. 1부만 읽고 덮으면 이상한 여자 이야기로 남기 쉬운데, 3부까지 가야 시선이 영혜 곁을 지키는 사람 쪽으로 넘어온다.

그런데도 마음이 온전히 끌리지 않았다. 2부의 형부 이야기는 예술을 핑계 삼은 욕망을 그린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몸에 꽃을 그리는 이미지가 너무 앞에 나서서 인물이 뒤로 밀린다. 상징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해서 그 장에서는 감정이 따라가지 못했다. 영혜의 침묵이 소설의 장치인 건 알지만, 세 화자가 모두 영혜를 대상으로만 다루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자리를 도는 듯한 답답함이 생긴다. 짧은 책인데도 읽는 데 시간이 걸린 건 그 때문이다.

책 소개에 따르면 세 편은 2002년 겨울부터 2005년 여름 사이에 쓰였고, 이 책은 노벨상 전부터 상과 함께 다녔다.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데버라 스미스의 영어 번역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2024년 노벨 문학상 뒤로는 안 읽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책이 됐고, 그 뒤에 펼친 나 같은 독자는 그 기대를 전부 안고 읽게 된다.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견디는 소설이라는 걸 미리 알고 펼치는 편이 낫다.

앞에서 말했듯 상 이름이 기대를 키운 면이 크다. 상을 받은 작품은 대체로 문학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읽는 재미는 아쉬운 편인데, 이 책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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