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심리학 책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이기적"은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유전자가 복제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고, 도킨스 본인도 서문에서 이 제목을 두고 여러 번 해명한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1941~)가 서른다섯 살이던 1976년에 낸 첫 책이다. 내가 읽은 을유문화사 40주년 기념판(2018, 홍영남·이상임 옮김)은 2016년 원서판에 도킨스의 새 에필로그를 붙인 판으로, 600쪽이 넘는다. 출판사는 국내에서만 2000년 이후 40만 부가량 팔렸다고 밝혔다.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자연선택의 단위를 유전자로 놓고 보면, 벌집을 지키려 침을 쏘고 죽는 일벌 같은 동물의 이타 행동과 부모 자식 사이의 갈등, 수컷과 암컷의 서로 다른 짝짓기 전략이 한 줄기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생물학 지식이 없어도 따라갈 수 있게 쓴 설명 방식이다. 개체를 유전자가 타고 다니는 "생존 기계"로 부르는 비유, 어떤 전략이 집단 안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지를 따지는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다듬은 진화적 안정 전략 이야기는 수식 없이도 머리에 남는다. 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번 반복하면 협력하는 쪽이 살아남는다는 대목은 읽는 재미가 특히 컸다.
문화가 퍼지는 방식을 유전자에 빗대 "밈"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것도 이 책의 11장이다. 지금은 인터넷 유행어로 굳어졌지만, 도킨스가 든 예는 노랫가락, 생각, 유행어, 옷 모양, 그릇 빚는 법처럼 사람의 머리에서 머리로 복제되며 퍼지는 것들이었다. 원래 뜻을 알고 나면 그 단어가 다르게 보인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40주년 기념판은 초판 본문에 뒤에 덧붙인 장들과 긴 후주가 얹힌 구조라, 본문에서 한 말을 후주에서 고치거나 보태는 대목이 잦다. 앞뒤를 오가며 읽어야 해서 흐름이 자주 끊긴다. 유전자 관점이 강력한 도구인 건 맞지만, 사람의 행동까지 그 틀로 설명하려는 대목에서는 저자도 조심스럽고 독자도 갸웃하게 된다. 유전자의 영향이 몸 밖까지 뻗는다는 마지막 13장 「유전자의 긴 팔」은 도킨스가 1982년 따로 낸 『확장된 표현형』의 요지를 줄여 담은 장이라 앞의 장들보다 밀도가 높다. 처음 읽는 사람은 여기서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진화를 다룬 대중 과학책 가운데 이만큼 관점 자체를 바꿔 주는 책은 드물다. 사피엔스나 코스모스가 큰 그림을 그려 준다면, 이 책은 렌즈 하나를 손에 쥐여 준다. 개미 군락과 뻐꾸기의 탁란,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까지 그 렌즈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두껍고 군데군데 더디지만, 읽는 데 든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과학 상식이 많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