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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표지 없음
책 제목
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저자
기시미 이치로
출판사
인플루엔셜
ISBN13
9788996991342

과제의 분리 하나는 남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길다

★★★ 3점

micro1 · 2026. 09. 10.

한때 유행처럼 다들 읽던 책이라 나도 손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2013년 12월 일본에서 먼저 나왔고, 2014년 국내판은 교보문고 주간 종합 1위를 35주 연속 지켰다(2015년 10월 집계).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함께 썼고, 개인심리학을 세운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생각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풀었다.

청년이 세상은 불공평하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따지면 철학자가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하나씩 되받는다. 대화체라 술술 넘어가는 대신, 한 가지 주장을 납득시키려고 같은 공방을 몇 번씩 되풀이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중심 주장은 도발적이다.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지금 바꾸고 싶지 않다는 목적이 과거를 핑계로 끌어온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없다는 선언까지 나온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버려야 자유로워진다는 말이 뒤를 잇는다.

후반부는 공동체 감각과 타자 공헌으로 넘어간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대신 스스로 누군가에게 보탬이 된다고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제목의 용기도 여기서 나온다. 남의 기대에 맞추며 사는 대신,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일을 감수하고 자기 삶을 사는 쪽을 자유라고 부른다. 다만 이쪽은 말이 크고 막연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책에서 건질 것 하나를 꼽으라면 과제의 분리다. 어떤 일이 누구의 과제인지 따져 보고 남의 과제에는 발을 들이지 말라는 원칙인데,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 사이의 갈등에 이만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잣대가 드물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상대의 과제라는 말은 처음 들을 때 서늘하고, 곱씹을수록 홀가분하다.

문제는 그 한 가지를 얻기까지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청년은 반박할 때마다 흥분하고, 철학자는 매번 미소를 지으며 같은 말을 조금 바꿔 되풀이한다. 설득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한쪽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의에 가깝다. 트라우마를 통째로 부정하는 대목은 위로보다 상처로 읽힐 사람도 있을 텐데, 책은 그 반론을 청년의 입을 빌려 잠깐 꺼냈다가 너무 쉽게 접는다.

점수를 깎은 건 내용보다 형식 쪽이다. 아들러의 생각을 처음 접하는 입구로는 충분히 친절하고, 과제의 분리는 오래 남는다. 다만 같은 이야기를 4분의 1 분량으로 정리한 책이 있다면 그쪽을 먼저 권하고 싶다.

호불호가 나뉘는 책이다. 대화체를 친절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갈리고, 트라우마를 부정하는 대목에서 한 번 더 갈린다. 나는 과제의 분리 하나를 얻은 것으로 만족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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