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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표지 없음
책 제목
공정하다는 착각 :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저자
샌델, 마이클
출판사
미래엔
ISBN13
9791164136452

진단은 뼈아프게 정확하고, 대안은 거기 못 미친다

★★★★ 4점

micro1 · 2026. 09. 08.

노력하면 된다. 이 말을 의심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샌델은 바로 그 문장에서 출발한다. 능력주의, 그러니까 능력만큼 가져가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결과를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돌리기 때문인데, 그 순간 성공한 사람은 오만해지고 밀려난 사람은 자기를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근거는 차근차근 쌓인다. 명문대 입학생의 집안 소득 분포, 학위가 곧 자격이 되어 버린 정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모멸감. 능력주의가 실제로 만든 것은 계층을 오르내릴 사다리가 아니라, 이미 위에 있는 사람에게 네가 잘나서 얻은 것이라는 면허를 쥐여 준 일이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자격 있는 자가 가져간다는 감각이 어떻게 사회의 분노로 이어졌는지를 짚는 대목에서는 요 몇 년의 정치가 달리 보인다.

한국 독자에게 더 아프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학벌과 시험이 정당성의 근거로 쓰이는 정도가 이곳에서 더 심하기 때문이다.

다만 뒷부분에서 힘이 빠진다. 문제를 짚는 눈이 이만큼 날카로운 데 비해, 해법은 대학 입학 추첨제나 노동의 존엄을 되살리자는 정도에서 멈춘다.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는 분명한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는 흐릿하다. 저자도 그 빈자리를 아는 듯 후반부 문장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정말 내가 만든 몫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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