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끌려서 샀다고 말할 때의 그 '그냥'을 파헤치겠다는 책이다. 기업 컨설팅을 해 온 저자가 시장에서 선택받은 상품과 서비스를 여덟 갈래로 나눴는데, 장 제목에 붙은 영어 단어가 곧 법칙의 이름이다. 취향(Taste), 가격(Price), 작은 사치가 주는 행복(Emotion), 편리(Convenience), 건강(Health), 재미(Fun), 연결(Link), 공유(Sharing)다.
취향 장에서는 내가 무엇을 볼지 나보다 먼저 아는 넷플릭스의 추천 방식이, 가격 장에서는 샤오미가 가성비 하나로 인도 시장 1위에 오른 경로가 나온다. 건강 장에는 핏비트 같은 착용형 기기가, 공유 장에는 위워크와 우버가 등장하고, 쇠락했던 노키아가 피처폰으로 반등한 이야기처럼 의외의 대목도 있다. 기술과 가격의 격차가 좁아질수록 승부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쪽에서 갈린다는 게 책의 큰 줄기다.
상품과 정보가 너무 많아 판단이 흐려지는 상태를 저자는 데이터 스모그라고 부르고, 그 속에서 무엇을 살지 망설이는 소비자를 메이비 세대라고 이름 붙인다. 그래서 선택받고 싶다면 선택지를 줄이라고 한다. 꼭 필요한 기능에만 힘을 쏟는 검소한 혁신, 단순한 기능과 낮은 가격에 더해 고객과 친구처럼 지내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샤오미의 전략도 같은 줄기에서 읽힌다. 소비자는 불편을 소리 없이 해결해 주는 기술을 좋아하니, 고객의 불편을 정확히 짚되 있는 듯 없는 듯 풀라는 주문은 상품을 만드는 쪽이라면 새겨 둘 만하다. 시선이 가는 곳에 돈이 따른다는 말, 사람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상대는 삶을 조금 더 즐겁게 해 주는 사람보다 당장의 어려움을 풀어 주는 사람이라는 지적, 애완 로봇처럼 기술로 교감의 밀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관찰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아쉬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덟 법칙이 끌림의 원리라기보다 소비 흐름의 목록에 가깝다는 점이다. 편리와 건강 장으로 넘어가면 스마트 공장, 재난 현장 로봇, 바이오 프린팅까지 나오는데, 이것들이 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따지기보다 이런 기술이 있다고 소개하는 데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시의성이다. 2018년 말에 나온 책이라, 공유 경제의 대표로 꼽힌 위워크가 2023년 미국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처럼 지금 읽으면 사례 일부가 책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읽힌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워낙 많은데 이 책이 그 위로 올라서지는 못한다. 대신 사례가 친숙하고 설명이 쉬워서 입문용으로는 부담이 없다. 여덟 단어를 점검표 삼아 최근에 산 물건이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 따져 보면, 책이 처음에 말한 그 '그냥'의 정체가 조금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