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게 인류가 거둔 승리는 딱 한 판이고, 그 한 판을 둔 사람이 쓴 책이다. 이세돌은 그 대국 이후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영역이 뭔지 10년을 생각했다고 한다.
바둑 책이 아니라 그 생각의 결론을 정리한 책이다. 이기는 수보다 최선의 수를 둔다, 지나친 신중함은 독이다, 끝내야 할 때 끝낸다. 반상에서 나온 문장들인데 바둑을 몰라도 읽는 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승부의 무게가 실려 있어서 같은 말이라도 다른 데서 읽은 것보다 무겁게 들린다.
특히 최선의 수 이야기가 남는다. 결과가 보장된 길이 아니라 지금 이 국면에서 가장 옳다고 믿는 수를 두는 것. 결과는 통제할 수 없고 선택만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를, 실제로 그렇게 두어 온 사람이 하니까 설득이 된다. 매 수에 책임이 따르고 그 축적이 판의 모양을 만든다는 건 바둑이든 인생이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