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게 태어났다. 뇌 속 아몬드 두 쪽. 그래서 공포도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한다.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실제 개념을 소설의 뼈대로 세운 설정인데, 이 설정 하나가 책 전체를 끌고 간다. 감정이 없는 화자가 서술하니 문장은 건조한데, 읽는 쪽에서는 오히려 감정이 차오르는 역설이 이 소설의 장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지는 사건 이후 혼자가 된 윤재 앞에 곤이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감정이 없는 아이와 감정이 넘쳐서 부서지는 아이. 이 둘이 부딪히면서 윤재가 감정을 지식처럼 하나씩 배워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문장이 짧고 속도가 빨라서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힌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독자의 눈물을 향해 달리는 게 보이고, 몇몇 어른 인물은 이야기를 굴리기 위한 장치 역할에 머문다. 결말도 다소 서둘러 봉합된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자리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선택들이지만, 설정이 만들어 낸 긴장을 끝까지 밀고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공감이란 배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는 책을 덮은 뒤에도 남는다. 2020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오른 것도, 이 질문이 언어를 건너서도 통했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