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줄 알면서 하는 사람'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새벽 성문지기가 자로에게 묻는다. 네 스승이 그, 안 될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 말이냐. 조롱에 가까운 이 말을 564쪽짜리 만화의 표지에 올린 순간, 이 책이 공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정해져 있다. 하늘이 낸 성인이 아니라, 자기 정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알면서 십사 년을 떠돈 사람.
이 관점이 만화라는 형식과 잘 만났다. 논어를 원문으로 읽으면 짧은 어록이 뚝뚝 끊어져 있어 누가 어떤 처지에서 한 말인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공자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 어록들을 말이 나온 자리에 되돌려 놓는다.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는 대화로 읽히기 시작하면 논어는 생각보다 덜 낡았다. 564쪽이라는 두께도 만화라 며칠이면 넘어간다.
대신 생애 중심 구성의 대가가 있다. 책을 덮으면 공자라는 사람은 선명해지는데, 논어의 문장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남지는 않는다. 일화들이 압축되어 빠르게 지나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논어 자체를 파고들 사람에게 이 책은 입구까지만 데려다 준다.
입구로는 드물게 잘 만들었다. 고전을 막아서는 건 내용의 어려움보다 이천오백 년이라는 거리감인데, 만화 한 권과 관점 하나로 그 거리가 꽤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