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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색 연구 표지 없음
책 제목
주홍색 연구
저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 리하르트 거트슈미트 삽화 ; 백영미 옮김
출판사
황금가지
ISBN13
9788982734014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은 훌륭하고, 2부는 사실상 다른 소설이다.

★★★ 3점

micro1 · 2026. 08. 28.

셜록 홈즈가 세상에 처음 나온 소설이다. 1887년 잡지 부록에 실렸고, 왓슨이 하숙집을 구하다 홈즈를 소개받는 그 유명한 장면이 여기 있다. 첫 만남에서 홈즈가 악수 한 번으로 왓슨의 아프가니스탄 복무를 알아맞히는 대목은 지금 읽어도 그대로 통한다. 담뱃재 종류를 구분하는 글을 썼다고 태연히 말하는 남자. 추리를 천재의 번뜩임이 아니라 훈련된 관찰로 설명하는 이 태도가 이후 탐정소설 전부의 출발점이 됐다.

문제는 범인이 잡힌 다음이다. 소설이 갑자기 1847년 미국 유타 사막으로 건너뛴다. 모르몬 공동체에 들어간 남자와 아이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고, 그 사연이 런던 살인의 동기로 돌아온다. 분량도 길고 문체도 달라서 추리소설을 읽다가 서부 개척 드라마로 갈아탄 기분이 드는데, 그동안 홈즈는 무대에서 사라져 있다.

이 2부는 내용으로도 문제가 있다. 도일이 그린 모르몬 공동체는 강제 결혼과 조직적인 폭력으로 채워져 있는데, 당시 영국에 퍼져 있던 소문에 가깝고 사실과 어긋난 대목이 많다. 발표 당시부터 영국의 모르몬 선교사들이 반발했고 이후로도 오류가 계속 지적됐다. 실존하는 종교 집단 하나를 통째로 악역으로 세운 셈이라 뒤로 갈수록 거슬린다.

홈즈라는 인물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보고 싶다면 읽을 가치가 있다. 다만 추리소설로서는 뒤에 나온 단편들이 훨씬 잘 익었다. 홈즈 입문을 굳이 여기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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