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조언을 기대하고 펴면 앞부분에서 당황하게 된다. 절반이 자서전이다. 세탁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잡지사 거절 통지를 벽의 못에 꽂아 두던 시절 이야기가 한참 이어진다. 빨리 요령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는 지루한 구간인데, 뒤로 갈수록 이 배치가 계산된 것임을 알게 된다. 킹이 내놓는 규칙들이 책상머리가 아니라 그 시절에서 나왔다는 걸 먼저 보여주는 구조다.
조언 자체는 새롭지 않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두 번째 원고는 첫 원고에서 10퍼센트를 덜어낸 것이어야 한다. 부사를 믿지 마라. 문을 닫고 쓰고, 문을 열고 고쳐라.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인데, 킹이 자기 문장을 놓고 직접 고쳐 보이니까 무게가 달라진다.
걸리는 부분도 있다. 조언 대부분이 소설 쓰기를 전제한다. 인물에서 출발하라, 플롯을 미리 짜지 마라 같은 말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게 유효하지, 설명문이나 업무 문서에는 그대로 옮겨지지 않는다. 부사와 수동태를 대하는 태도도 꽤 단호해서 문자 그대로 규칙 삼으면 문장이 되레 뻣뻣해진다. 미국 출판 시장과 에이전트 이야기는 국내 독자에게 멀다.
이 책을 다르게 만드는 건 마지막 장이다. 1999년에 킹은 산책 중 밴에 치여 크게 다쳤고, 회복하는 동안 이 책의 나머지를 썼다.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적은 대목을 읽고 나면, 앞의 조언들이 전부 다른 무게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