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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세계사 표지 없음
책 제목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세계사
저자
룬, 헨드릭 빌렘 반
출판사
문예춘추사
ISBN13
9788976044211

아버지가 아이에게 들려주듯 흘러가는 이야기의 힘은 100년이 지나도 여전한데, 100년 전 서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라는 한계도 그대로 남아 있다.

★★★ 3점

micro1 · 2026. 07. 15.

원제는 『The Story of Mankind』, 1921년에 나온 책이다. 네덜란드 출신 미국 작가 헨드릭 빌렘 반 룬(1882~1944)이 자기 아이들에게 인류의 역사를 들려주려고 쓴 책이고, 1922년 제1회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베리상이 아동·청소년 문학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역사책이 그 첫 수상작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 연표와 암기가 아니라 이야기로 쓴 역사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말투다. 선사시대의 생명 탄생에서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혁명의 시대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꿰어 나간다. 왕 이름과 연도를 나열하는 대신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를 짚어 주기 때문에, 세계사를 처음 만나는 독자도 흐름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곁들여진 것도 이 책의 오랜 매력이다. 지금 봐도 어려운 개념을 그림 한 장으로 눙치는 솜씨가 좋다.

문제는 이 책이 어디까지나 1921년의 책이라는 점이다. 제목은 "세계사"지만 실제 내용의 대부분은 유럽과 서양 문명의 역사다. 중국, 인도, 이슬람 세계는 서양 이야기의 배경 정도로 짧게 지나가고,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 서양인의 시각이 배어 있는 대목도 있어서, 지금 기준으로는 불편하거나 틀린 서술을 독자가 걸러 가며 읽어야 한다. 이야기가 20세기 초반에서 끝나기 때문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현대사는 이 책으로 배울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역사를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원형을 보여 준 고전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지금도 유효한 흡인력 있는 문장은 인정한다. 다만 2026년의 청소년이 세계사 입문서 한 권을 고른다면 이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고, 최신 세계사 책과 나란히 읽는 두 번째 책으로 놓는 편이 맞다. 고전이 어떻게 역사를 이야기했는지 궁금한 어른 독자에게는 오히려 더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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