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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표지 없음
책 제목
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저자
치넨 미키토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출판사
북다
ISBN13
9791170613824

책을 핸드폰처럼 쥐고 넘기게 만든 발상은 신선했지만, 그 발상을 걷어내고 나면 이야기 자체는 얇다.

★★★ 3점

micro1 · 2026. 07. 15.

핸드폰 크기로 만든 책이다. 판형(86×165mm)부터 손에 쥐는 감각까지 스마트폰을 흉내 냈고, 오른쪽 지면은 채팅 화면이나 게시물 캡처처럼 꾸며져 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행위가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의사 출신 작가 치넨 미키토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시도한 모큐멘터리 호러인데, 일본에서는 출간 일주일 만에 10만 부가 팔리며 서점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랐다. '엄금 시리즈'의 첫 책으로, 일본에서는 이 책이 나오고 한 달 뒤 짝을 이루는 『열람 엄금』이 이어서 나왔다(한국에는 번역 순서가 뒤집혀 『열람 엄금』이 먼저 소개됐다).

이야기는 변사체로 발견된 대학생이 남긴 핸드폰에서 시작한다. 그 학생은 "도메키의 동네"라는 괴담을 쫓고 있었다. 버려진 마을에 발을 들이면 저주가 따라온다는, 어느 지역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도시 전설이다. 독자는 죽은 사람의 핸드폰을 대신 들여다보는 위치에 놓이고, 남겨진 기록을 스와이프하며 그가 겪은 일을 재구성하게 된다. 이 설정이 이 책의 거의 전부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남의 폰을 몰래 보는 듯한 꺼림칙함과 괴담 특유의 "친구의 친구가 겪었다더라" 하는 어정쩡한 거리감이 잘 맞물려서, 읽는 내내 서늘한 기분이 유지된다. 후반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도 분명히 있다. 미스터리로 단련된 작가답게 복선 회수는 깔끔하다.

아쉬운 점은 분량과 깊이다. 136쪽, 그마저 절반 가까이가 이미지 지면이라 실제 읽는 양은 단편소설 수준이다. 형식이 주는 재미가 워낙 앞서 있어서, 다 읽고 나면 "체험은 재미있었는데 이야기는 뭐였지" 싶은 허전함이 남는다. 괴담의 정체나 인물의 사연도 이 짧은 분량 안에서는 깊게 파고들 여지가 없다. 무섭다기보다는 으스스한 정도라서, 본격 호러를 기대하면 싱거울 수 있다.

출퇴근길에 한 시간이면 끝나는 가벼운 체험형 호러로는 추천할 만하다. 다만 책이라는 물건으로 할 수 있는 실험을 보는 재미가 절반, 소설의 재미가 절반인 책이라, 이야기 하나만 놓고 오래 곱씹을 책은 아니었다. 짝을 이루는 『열람 엄금』을 읽기 전 먼저 읽으면 조금 도움이 되는... 종이책으로 하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궁금한 사람에게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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