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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 [3] 표지 없음
책 제목
명견만리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 [3]
저자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출판사
인플루엔셜
ISBN13
9791186560433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목록을 쥐여주는 책.

★★★★ 4점

micro1 · 2026. 07. 14.

명견만리(明見萬里)는 만 리 밖을 밝게 내다본다는 뜻이다. KBS의 강연형 다큐멘터리 〈명견만리〉를 책으로 옮긴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출간 이듬해에 읽었다. 정치·생애·직업·탐구라는 네 가지 주제를 다루는데, 앞선 두 권이 인구나 기술처럼 바깥에서 밀려오는 변화를 다뤘다면 이 권은 시민의 참여, 길어진 수명, 일의 미래, 배움의 방식 같은 우리 안쪽의 문제로 눈을 돌린다.

이 시리즈의 미덕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어려운 의제를 통계 나열이 아니라 현장의 사례와 구체적인 풍경으로 보여주고, 한 챕터가 강연 한 편 분량이라 어디서 펼쳐도 부담 없이 읽힌다. 읽던 당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생애 편이었다. 교육받고, 일하고, 은퇴하는 3단계 인생 설계가 수명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인생 설계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정치 편도 시절과 맞물려 생생했다. 광장을 지나온 직후에 읽는 시민 참여와 직접민주주의 이야기는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방금 겪은 현실의 해설처럼 읽혔다.

아쉬운 점은 방송이라는 태생에서 나온다. 진단은 선명한데 처방은 얕다. 문제를 실감 나게 보여준 뒤 "이제 함께 고민해야 한다"쯤에서 마무리되는 챕터가 많아, 답을 기대하고 읽으면 허전하다. 네 주제를 옴니버스로 묶은 구성이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논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강연 모음집이라는 형식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래도 이 책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에는 성실하다. 시민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길어진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다음 세대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답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고민의 목차를 정리해 주는 책은 흔치 않다. 깊이가 필요하면 각 주제의 전문서로 가야겠지만, 그 전문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출발점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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